니콜 키드먼과 리즈 위더스푼이 나온 빅 리틀 라이즈라는 드라마 아시죠? 저는 이 드라마를 통해 리안 모리아티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어요. 엄마들의 세계를 리얼하게 보여주면서 한 등장인물의 남편의 사망을 통해 비밀이 드러나는 내용인데, 세계 어딜 가도 엄마들의 삶은 비슷하구나 느끼면서 공감을 느꼈고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비밀을 풀기 위해 종결까지 흥미진진한 추리를 멈출 수 없었어요. 한국에서는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이라는 제목으로 책이 나왔습니다. 이 드라마를 정말 재미있게 보아서 찾아보다 이게 소설인 걸 알게 되었고 이 분 책이 궁금해서 읽다 보니 거의 다 읽게 되었어요.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이나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 같은 책을 흥미롭게 보신 분들이라면 이 작가님의 책도 재미있게 읽으실 거라 생각이 듭니다.
일단 작가님에 대해 말씀하자면, 리안 모리아티 (1966 년 11 월 15 일 ~)는 호주 작가입니다. 저는 이분 소설을 읽으면서 인간의 심리에 대해 세세히 묘사되어 있어서 심리학과 관련된 일을 하셨을 거라 생각했는데, 작가를 하기 전에 법률 출판 회사에서 광고 및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그녀는 프리랜서 광고 카피라이터로 일하기 전에 자신의 회사를 잠시 운영했습니다. 2004 년 시드니 맥쿼리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학위의 일부로 쓰여진 첫 번째 소설 Three Wishes 가 출판되었습니다.
이 분이 쓰신 허즈번드 시크릿과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도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책을 읽었지만 영화로 나와도 어떨지 상당히 궁금해요.
이 분의 소설은 말그대로 재미가 있어요. 심리추리소설이라고 부르면 될까요? 우선 이 분 책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대부분 중산층 가정이 등장을 하고 등장인물들이 거의 가정을 이루고 있거나 이루었던 적이 있는 사람입니다. 아이를 가지려 하거나 아이가 있거나. 그래서 공감이 많이 가요. 무언가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의 사람들이거든요. 그리고 화자가 거의 여자입니다. 제가 읽은 책은 다 그랬어요. 이들 인생에 사건이 생기기 전까지 이들은 남편과 너무 화목할 정도로 평범한 생을 누리고 있었어요. 사회에서도 적당히 성공했거나 혹은 남의 부러움을 살 정도이거나. 아무튼 무탈한 하루를 살았던 인물들이 많죠. 물론 인물들도 어려움은 있어요. 연애라던지 가족사이의 말못할 불화? 아이를 양육하며 느끼는 인생의 어려움 같은 것들요. 이들의 평온한 삶에 균열을 일으키는 인물들도 무언가 대단하거나 무시무시한 존재라기보다는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남편! 그리고 소설은 인물들 삶에 일어난 균열을 통해 자기 인생을 다시 바라보고 조각난 퍼즐을 다시금 맞춰보면서 잊었거나 혹은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존재하고 있던 내 삶의 상처와 후회를 마주보게 하고 다시금 큰 그림을 그리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그런 내적 갈등 사이에 반드시 비밀이 존재하고 결말로 가며 그 비밀의 정확한 실체를 확인하는 동시에 인물 또한 그 비밀을 통해 성찰을 한다는 점들이 이 분 소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들의 좋은 점은 사건 해결 자체에 집중한다기 보다는 사건을 겪는 화자가 호들갑 떨지 않으면서 사건의 본질을 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당황을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성적으로 그 상황을 이해하려는 인물이 많이 나와요.
저는 이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주부 독자들이 참 좋아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아이를 양육하는 부분에서 작가의 실제적인 경험이나 주변 사람들을 통한 관찰이 세심하게 들어가 있거든요. 배경은 우리와 멀리 떨어진 미국이나 호주이고 부촌이나 사립학교 같은 것이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한국과 매우 유사해서 공감을 많이 일으켜요. 무엇보다 그런 고민이나 그들 사건을 통해 여성들간의 연대와 공감에 집중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는데, 실제로 전 세계의 많은 주부들이 이 분의 독자라고 하시더라고요. 또 재미있는 게 부부 사이의 권태도 잘 묘사해요. 단순히 질렸다가 아니라 왜 질리고 어디가 싫고 이런 부정적 심리를 디테일하게 묘사해서 너무 좋아요. 아무리 나지만 내가 생각해도 추잡시럽다 할 정도의 그런 인간의 옹졸하고 소심한 부분을 작가님이 살살 긁어주니 감정적으로 많이 끌리게 됩니다.
이 작가의 소설은 결국 이 소설들의 핵심은 우리가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나의 생의 목적은? 그리고 그 사건들을 수습하는 과정에 있어 진짜 나를 알고 나와 비슷한 상처를 겪는 사람들과의 연대입니다. 가족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 소설들은 가족을 한 번 확 해체시킨 다음에 다시 가족을 끈끈하게 모이게 한다는 점이 또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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